런던 여행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중심지 위주의 코스를 계획하지만, 런던 근교에는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명소들이 가득합니다. 특히 윈저성, 그리니치, 햄튼코트궁전은 역사적 가치와 함께 독특한 풍경, 건축미, 문화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곳들입니다. 본문에서는 이 세 곳의 특징과 여행 팁, 코스 제안까지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윈저성 - 영국 왕실의 권위를 만나다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거리, 버크셔 주에 위치한 윈저성(Windsor Castle)은 영국 왕실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약 1,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 성은 윌리엄 1세에 의해 11세기경 건축되었으며, 현재까지도 국왕이 사용하는 공식 거처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인이 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 즐겨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며, 왕실 행사와 국빈 방문이 이뤄지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관람객들은 입장과 동시에 중세 유럽의 분위기에 압도됩니다. 대표적인 볼거리인 세인트 조지 예배당(St George’s Chapel)은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2018년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이 거행된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내부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섬세한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헨리 8세를 비롯한 여러 왕족들이 안치되어 있어 왕실의 역사와 신비를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주요 구역은 국빈실(State Apartments)입니다. 이곳은 공식 행사나 만찬이 열리는 공간으로, 벽면에 걸린 수많은 명화들과 고풍스러운 가구, 샹들리에가 조화를 이루어 왕실의 위엄을 실감케 합니다. 특히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다양한 예술 양식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가치가 큽니다. 성 외곽의 둥근 탑(Round Tower)은 윈저성의 상징으로, 위로 올라가면 근처 전경과 템스강의 탁 트인 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근위병 교대식은 런던의 버킹엄궁 교대식 못지않게 인기 있는 볼거리로, 하루 일정 중 시간대를 맞춰 관람하면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기차 이용 시 런던 패딩턴 역에서 슬라우(Slough)를 경유하여 약 50~60분이면 도착하며, 도보로도 주변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접근성이 매우 좋은 여행지입니다. 고즈넉한 중세 도시 분위기와 현대식 상점가가 조화를 이루는 윈저 타운도 함께 즐길 수 있어, 런던 근교 여행지로 강력히 추천됩니다.
그리니치 - 시간과 우주의 중심에서
그리니치(Greenwich)는 런던의 동남부에 위치한 역사적 지역으로, ‘그리니치 평균시(GMT)’의 기점이자 본초 자오선(Prime Meridian)이 통과하는 곳입니다. 전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는 도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며, 천문학과 해양학이 발전한 중심지로도 유명합니다. 런던 도심에서 약 30~40분 거리로 접근이 쉬워 당일치기 여행지로 알맞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대개 왕립 천문대(Royal Observatory)에서 이루어집니다. 본초자오선을 직접 밟아보는 체험은 그리니치 여행의 핵심으로, 시간의 기원이 되는 선을 기준으로 동서의 개념을 실감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내부에는 천문 시계, 초기 천문 관측 기기, 해시계 등 과학사적으로 귀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교육적 가치도 뛰어납니다. 왕립 천문대가 자리한 그리니치 공원(Greenwich Park)은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꼽힙니다. 넓고 부드러운 언덕을 따라 걸으면 런던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전망대에서는 템스강과 함께 도심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사진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국립 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은 영국 해군의 전성기와 식민지 시대 해상 무역, 탐험 관련 전시로 가득하며, 세계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에게 추천되는 명소입니다. 특히 넬슨 제독의 전투 장비, 고대 항해지도 등 흥미로운 전시가 많아 관람 시간이 길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커티 삭(Cutty Sark)이라는 19세기 고속 범선을 그대로 보존한 박물관도 놓치지 마세요. 당시 세계 무역과 해상 산업의 상징이었던 이 배는 지금도 실제 선박 내부를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그리니치 마켓(Greenwich Market)에서는 독특한 기념품과 간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동은 DLR(도클랜드 경전철)이나 템스강 보트를 이용하면 더욱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으며, 시티 중심지에서 쉽게 이동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햄튼코트궁전 - 튜더 왕조의 자취를 여행하다
런던 중심부에서 남서쪽으로 약 35분,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햄튼코트궁전(Hampton Court Palace)은 헨리 8세가 사랑했던 궁전이자, 튜더 왕조(Tudor Dynasty)의 정치와 일상의 무대가 되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이곳은 중세와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와 더불어 영국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한 시기를 반영하고 있어, 단순한 궁전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궁전 내부는 왕의 생활공간, 연회장, 의전홀, 부속건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그레이트 홀(Great Hall)은 중세 연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심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당대 귀족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회를 열고, 어떤 예술을 즐겼는지 생생히 체험할 수 있도록 복원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실내 복식 전시와 왕족의 생활용품은 그 당시 삶의 디테일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헨리 8세의 여섯 아내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궁전은 그의 두 번째 아내 앤 불린과 관련된 유령 이야기로도 유명한데, 이처럼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흔적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공간이라 역사 애호가에게는 최고의 장소입니다. 외부로 나오면, 마치 영화 속 배경처럼 펼쳐진 정원과 미로가 여행자를 맞이합니다. 17세기 스타일로 조성된 햄튼코트 미로(Hampton Court Maze)는 세계적으로도 오래된 생울타리 미로로, 길을 찾으며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원은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식물이 만개하여 아름다운 산책코스로도 제격입니다. 로즈 가든, 분수정원, 대형 토피어리 정원 등은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궁전 내에는 어린이 체험 공간, 카페, 기념품 숍도 잘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이상적입니다. 런던 워털루역(Waterloo Station)에서 출발하는 국철을 이용하면 35분 내외로 도착 가능하며, 역에서 궁전까지는 도보 5분 이내로 접근이 매우 용이합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 건축미, 조경 예술이 어우러진 햄튼코트궁전은 단순한 궁전을 넘어선 복합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윈저성, 그리니치, 햄튼코트궁전은 단순히 '런던 근교'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각각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들입니다. 각각이 지닌 역사적 가치, 건축적 아름다움, 문화 콘텐츠는 런던 도심 여행과는 또 다른 차원의 깊이를 제공합니다. 하루만 할애해도 깊이 있는 경험이 가능하며, 교통편 또한 잘 정비되어 있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런던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면, 이번에는 꼭 이 세 곳 중 하나 이상은 여행 코스에 넣어보세요. 새로운 런던의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