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 시리즈는 단순히 액션을 강조하는 범죄 영화가 아닙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 무엇보다도 현실감 넘치는 배경 설정이 이 시리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마석도 형사의 정의 구현 서사는 각기 다른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장소의 변화는 이야기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배가시킵니다. 본문에서는 시리즈를 대표하는 세 가지 지역인 ‘도림동’, ‘신흥시장’, ‘연변’에 주목하여, 이들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또 현실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각각의 지역은 단순한 촬영 장소를 넘어, 범죄도시 세계관의 방향성과 확장성을 상징하는 키포인트입니다.
도림동: 영화 범죄도시 1편의 정체성을 만든 상징적 장소
범죄도시 1편의 배경은 대부분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실제로 도림동은 서울 서남부에 위치한 오래된 주거 지역으로, 다세대 주택과 골목길이 촘촘히 얽혀 있는 구조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지역이 범죄 조직의 활동 무대로 묘사되며, 마석도 형사와 장첸 일당의 전면적인 충돌이 이곳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도림동이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작용한 이유는 이 지역이 가진 물리적 특성과 사회적 분위기 덕분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 낡은 건물, 외국인 밀집 지역이라는 특성이 영화 속 불법 체류자 문제, 조폭 조직의 음성적인 활동과 맞물리면서 극의 사실성을 높입니다. 특히 조선족 출신 장첸이 이끄는 조직이 활동하는 장소로서 도림동은 매우 설득력 있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이와 더불어 영화의 카메라 워킹과 조명 연출 또한 도림동의 느낌을 더욱 리얼하게 살려냈습니다. 촬영 당시에는 인위적인 조명 사용을 최소화하고 자연광 위주로 촬영했으며, 도심 속 사각지대 같은 어두운 골목을 중심으로 장면을 구성하여 시청자의 불안을 자극합니다. 장첸이 사람을 폭행하거나 돈을 갈취하는 장면, 마석도가 직접 범죄 현장을 찾아가는 장면 등 주요 사건은 도림동 골목에서 벌어지며, 관객에게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깁니다. 도림동의 실제 사회적 배경도 이 영화의 리얼리즘에 일조합니다. 도림동은 과거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지역사회 내 다문화 갈등, 범죄 문제 등이 종종 보도되었습니다. 영화는 이를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단순한 액션이 아닌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범죄 영화로서의 무게감을 지닙니다. 결과적으로 도림동은 범죄도시 시리즈의 정체성을 구축한 핵심 공간입니다. 시리즈가 시작된 공간인 만큼, 마석도의 캐릭터를 형성한 토대이자, 도시 범죄의 이면을 드러내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또한, 관객에게 “어디선가 실제로 벌어졌을 것 같은 이야기”라는 깊은 몰입감을 주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신흥시장: 2편의 생동감을 만든 현실 속 무대
범죄도시 2편에서는 베트남 호찌민이라는 국제적 배경이 메인으로 등장하지만, 한국 내 배경도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장소가 경기도의 신흥시장입니다. 영화 속 신흥시장은 마석도 형사팀이 국내로 넘어온 빌런 ‘강해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핵심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신흥시장은 실제로 존재하는 전통시장으로,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복합 상권입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게들, 상인과 손님들의 활기찬 목소리 등 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에서도 사실감 있게 녹아 있습니다. 이 공간이 영화에서 중요한 이유는, 범인을 쫓는 긴박한 추격전이나 정보를 캐내는 장면이 펼쳐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석도가 시장 골목을 가로지르며 강해상을 추격하는 장면은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시장 특유의 좁은 동선과 복잡한 구조가 액션에 특별한 리듬감을 부여하며, 기존 액션 영화와는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보여줍니다. CGI나 화려한 와이어 액션 없이도, 시장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연출은 이 시리즈가 가진 저력을 보여줍니다. 촬영 현장에서도 상당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실제 상점 운영 시간 외에 촬영이 진행되었고, 상인들과의 협의를 통해 최소한의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동선과 소음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명과 음향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조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관객은 영화 속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흥시장은 단순히 액션의 무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서민적인 풍경과 맞닿아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가족 단위의 장 보는 일상, 상인들의 고단한 삶, 지역 커뮤니티의 모습이 공존하는 장소로서, 영화 속 형사들의 인간적인 면모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마석도의 캐릭터는 비현실적인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이 같은 일상 속에서 범죄와 싸우는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결론적으로 신흥시장은 범죄도시 2편이 국내외를 오가는 스토리 속에서도 현실성과 생활감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중심축의 역할을 했으며, 생생한 배경 설정의 대표 사례로 손꼽힙니다.
연변: 시리즈 세계관의 확장을 이끈 국제적 배경
범죄도시 3편과 4편에 이르러, 시리즈는 국내 범죄를 넘어 국제 범죄 조직과의 대결 구도로 확장됩니다. 이 전환점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 바로 중국 연변 자치주입니다. 연변은 중국 동북부에 위치하며 조선족 자치구로 분류되어 한국과 문화적, 언어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강한 이질감도 지닌 지역입니다. 영화에서는 연변을 마약 밀매, 인신매매, 장기 밀수 등 국제 범죄의 중 점지로 묘사합니다. 이 지역은 사실상 치안 사각지대처럼 설정되며, 한국과 비교해 법의 영향력이 약한 공간으로 표현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마석도가 단순히 국내 범죄자만이 아니라, 국경을 넘나드는 거대 조직과 맞서는 인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연변이란 공간이 효과적인 이유는, 문화적으로는 익숙하면서도 법제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이 작동하는 이중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같은 요소를 이용해, 마석도 팀이 정보 교환, 수사 협조 등에서 겪는 복잡한 갈등과 현지 조직과의 충돌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현지 경찰과의 소통 문제, 언어의 장벽, 문화 차이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한 축으로 기능합니다. 비주얼적으로도 연변은 도림동이나 신흥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톤 앤 매너를 제공합니다. 황량한 거리, 중국식 간판, 조선족 사투리, 불법 거래가 이루어지는 암시장이 등장하면서, 시청자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이 지역의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이 범죄자들에게 어떤 ‘피난처’로 작용하는지를 강조하며, 국제 범죄에 대한 현실적 공포감을 전달합니다. 연변 관련 촬영은 실제 현지 촬영과 함께 국내 대형 세트장에서 이뤄졌으며, 세트 제작에는 상당한 고증과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중국 현지의 거리, 주택, 시장 등을 정교하게 재현해냄으로써, 관객은 실제 연변을 보는 듯한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변은 시리즈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공간입니다. 이 배경을 통해 시리즈는 단순한 ‘서울 범죄’가 아닌, 글로벌 범죄와 한국 경찰의 대결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진화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액션의 스케일, 이야기의 깊이, 캐릭터의 성장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매 편마다 적절한 배경 공간을 선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영화적 리얼리티와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도림동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출발점이자 가장 현실적인 공간이었고, 신흥시장은 액션과 삶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연변은 세계관을 국제적 차원으로 확장시켜 시리즈의 스케일을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각 배경지는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이자 캐릭터를 정의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앞으로 범죄도시 시리즈가 또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로 확장될지 기대하며, 영화를 다시 감상할 때는 배경 공간의 의미에 한 번 더 주목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