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다양한 종교, 문화, 역사 그리고 삶의 방식이 혼재하는 나라입니다. 특히 델리, 뭄바이, 바라나시는 각각 인도의 정치, 경제, 종교를 대표하는 도시로서 여행자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세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느낀 문화적 충격, 감동적인 장면, 실용적인 여행 팁을 바탕으로 도시별 여행 후기를 공유합니다. 인도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이 글이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델리,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수도
델리는 인도의 수도로서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이며, 동시에 과거 무굴 제국과 영국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저는 델리 여행을 인디아 게이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인도의 독립운동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많은 현지인들이 산책하거나 가족 나들이를 즐기는 평화로운 공간입니다. 그 뒤로 이동한 레드 포트(붉은 요새)는 강력했던 무굴 제국의 권위를 상징하는 유적으로,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성곽과 궁전이 어우러져 역사적인 웅장함을 보여줍니다. 입장 시에는 보안 검색이 철저하므로 여권을 꼭 지참하셔야 합니다.
델리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종교가 조화롭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슬람 사원인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는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 중 하나이며, 사원의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혼잡하면서도 활기찬 인도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근처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는 델리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로, 카레 향신료, 사리, 은제품 등 다양한 로컬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소매치기나 오토릭샤 바가지요금에 주의해야 하므로, 항상 현지 화폐와 물건을 분산해 들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로터스 사원과 아크샤르담(Akshardham) 사원은 현대 인도의 종교 건축물을 대표하는 명소로, 특히 아크샤르담에서는 사원 외에도 분수쇼와 전통문화 전시관을 통해 인도의 정신세계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공간들이 바로 델리가 지닌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뭄바이, 영화와 바다가 살아 숨 쉬는 도시
뭄바이는 마치 ‘인도의 뉴욕’이라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도시이며, 동시에 볼리우드의 중심지로서 문화예술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도시 자체는 혼잡하고 소음이 많지만, 그 속에서도 뚜렷한 질서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뭄바이 여행을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상징적인 아치형 건축물은 영국 왕실의 방문을 기념해 건립되었으며, 근처에는 고풍스러운 타지마할 호텔이 위치해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완성시킵니다.
뭄바이의 해안가에서는 로컬 길거리 음식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주후 해변과 차우파티 해변에서는 빠오버지(Pav Bhaji), 벨프리(Bhel Puri), 세브푸리(Sev Puri) 등 뭄바이 특유의 스낵들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습니다. 위생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번화가에 있는 카페나 푸드코트에서 동일한 메뉴를 좀 더 안전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뭄바이는 또한 다문화가 어우러진 도시이기 때문에, 다양한 국제 요리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편, 다라비(Dharavi) 슬럼 투어는 뭄바이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는 체험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슬럼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립하며 가죽, 도자기, 금속 재활용 산업 등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가이드와 함께한 투어는 단순한 빈곤 체험이 아닌, 삶의 회복력과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볼리우드 영화촬영지 투어도 매우 특별했습니다.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해 실제 촬영 현장을 볼 수 있었고, 인도 영화의 열정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뭄바이는 화려함과 현실, 전통과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였습니다.
바라나시, 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영혼의 도시
바라나시는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 주에 위치한 도시로, 힌두교도에게는 ‘모든 카르마를 정화하는 장소’로 여겨집니다. 갠지스 강변의 수많은 가트(Ghat)들에서는 삶과 죽음이 실시간으로 교차하며, 여행자는 그 경계선에서 인간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저는 이른 새벽 보트를 타고 강 위를 떠다니며 바라나시의 진면목을 체험했습니다. 보트에서 바라본 일출과 갠지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제사 의식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 경험이었습니다.
마니카르니카 가트에서는 실제 화장 장면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불타는 장작, 기도문, 흐느끼는 유족들의 모습은 인간의 유한함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동시에 죽음을 자연의 순환으로 받아들이는 인도인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라나시라는 도시의 진정한 의미이기도 합니다.
강가에서 떨어진 올드 시티 지역의 좁은 골목길은 고대 도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으며, 각종 사원과 아유르베다 상점, 향료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발길 닿는 대로 걷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특히 카시 비슈와나트 사원(Kashi Vishwanath Temple)은 바라나시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 중 하나로, 힌두교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입장은 엄격한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하며,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미리 사물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바라나시는 음악과 철학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인도 전통악기 시타르(Sitar)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소규모 공연장이 곳곳에 있고, 영적 수업이나 요가, 명상 프로그램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바라나시는 결코 관광지를 둘러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삶의 교훈’이자 ‘성찰의 공간’으로 기능하는 도시입니다.
델리, 뭄바이, 바라나시는 단순히 인도의 대표 도시들이 아닙니다. 각각은 인도의 역사, 경제, 철학을 대표하며, 여행자에게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델리에서는 고대 제국의 흔적과 현대 문명의 격차를, 뭄바이에서는 화려함과 현실의 공존을, 바라나시에서는 삶과 죽음의 철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인도 여행이 단순한 휴양이 아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도시들 덕분입니다. 진정한 인도를 만나고 싶다면, 이 세 도시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 여정은 여러분의 인생에 깊은 울림을 남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