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는 문화와 예술, 산업이 공존하는 활기찬 도시입니다. 하지만 이 도시의 진짜 매력은 단지 도심 속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차로 단 1시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근교 지역들에는 독일의 전통, 역사, 자연, 그리고 중세의 감성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함부르크 여행 중 하루나 1박 2일로 다녀오기 좋은 근교 도시 뤼벡, 리네부르크, 슈타데를 중심으로 여행지의 특성과 추천 코스를 상세히 소개하겠습니다. 여유 있는 독일 여행을 꿈꾸는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뤼벡 – 달콤한 마지팬의 고향
함부르크에서 북동쪽으로 약 65km, 기차로 약 45~50분 거리에 위치한 뤼벡(Lübeck)은 ‘북부의 중세 진주’라고 불릴 만큼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입니다. 뤼벡은 12세기부터 한자 동맹의 중심지로서 북유럽 해상 무역의 핵심 도시로 번영했으며, 이로 인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에도 과거의 건축물과 도시구조가 잘 보존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마치 한 편의 박물관 같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랜드마크는 홀슈텐 문(Holstentor)입니다. 이 인상적인 고딕 양식의 성문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으며, 두 개의 둥근 탑 사이를 아치형 문이 연결하고 있습니다. 과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성문이었지만 지금은 뤼벡의 대표적인 사진 명소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홀슈텐 문 내부는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어 뤼벡의 역사와 한자동맹 시대의 무역 구조 등을 전시하고 있어, 역사 애호가에게는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도시 중심의 올드타운(Altstadt)은 엘베강 지류와 운하로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형성되어 있으며,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입니다. 좁은 골목길마다 중세 건축물이 밀집해 있으며, 고풍스러운 상점, 카페, 갤러리, 전통 서점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특히 성 마리엔 교회(Marienkirche)는 북유럽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여행객을 압도합니다. 뤼벡의 또 다른 매력은 마지팬(Marzipan)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뤼벡 마지팬은 1800년대부터 시작된 전통 과자로,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든 달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대표적인 브랜드인 니더레거(Niederegger)는 마지팬 전문점이자 카페, 그리고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 중 휴식을 겸한 디저트 타임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여행 팁으로는 함부르크 중앙역(Hamburg Hbf)에서 RE(RE70 등) 지역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직행으로 약 45~50분 만에 뤼벡 중앙역(Lübeck Hbf)에 도착합니다. 역에서 도심까지는 도보로 10~15분 정도로, 별도의 교통편 없이도 이동이 가능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하루 숙박을 고려해 야경과 조용한 저녁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또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리네부르크 – 소금의 도시 여행
함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네부르크(Lüneburg)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기차로는 약 30~35분 정도 소요되며, 작고 조용하지만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이 도시는 과거 ‘소금 도시(Salzstadt)’로 불릴 만큼, 수세기 동안 소금 산업으로 번영을 누려왔으며 그 영향은 도시 전반에 걸쳐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리네부르크의 핵심 명소 중 하나는 독일 소금박물관(German Salt Museum)입니다. 이곳은 과거의 소금 생산 공장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으로, 1,000년 가까운 소금 채굴과 가공의 역사를 전시합니다. 실제 소금 증류기와 채굴 도구들을 체험할 수 있으며, 어린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도 적합합니다. 이 도시의 올드타운 지역은 운하와 중세풍 건물들, 그리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져 있어 걷기만 해도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암 슈타인 광장(Am Sande)은 리네부르크의 대표적인 중심 광장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건물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사진 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습니다. 광장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서점, 와인 바 등이 있어 현지인의 삶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습니다. 리네부르크의 시청(Rathaus)은 외관만 보면 단순한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매우 복잡하고 넓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이드 투어를 통해 40개 이상의 방을 돌아보며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과 회화, 가구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내부 투어는 독일어와 영어 모두 제공되며, 예약 없이도 당일 입장이 가능합니다. 도시를 흐르는 일멘라우 강(Ilmenau) 주변은 산책 코스로 인기가 있으며, 리네부르크 사람들의 여유로운 일상이 담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변의 레스토랑에서는 지역 와인과 전통 독일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식사도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교통은 S3, RE3 열차를 이용하면 30~40분 내에 도착할 수 있으며, 도보로 도시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반나절 또는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지만, 여유롭게 머물며 북독일 특유의 소도시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1박도 추천할 만합니다.
슈타데 – 북독일 항구 마을
슈타데(Stade)는 함부르크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엘베강(Elbe) 인근에 위치한 전통 항구 도시입니다. 기차 또는 수상버스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으며, 약 1시간 안팎의 이동으로 도착할 수 있는 조용한 근교 여행지입니다. 이 도시는 중세 이후 한자동맹의 일원으로서 무역과 조선업의 중심이었으며, 지금도 도시 전역에서 그 시대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의 핵심은 역사적인 중심광장(Altstadt)과 그 주변에 형성된 운하 거리입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목조 주택과 붉은 벽돌 건물, 곡선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골목길은 이 도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특히 운하 위에 자리한 오래된 창고 건물은 현재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으로 리노베이션 되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공간을 제공합니다. 매주 열리는 슈타데 시장(Stader Wochenmarkt)에서는 신선한 지역 농산물과 독일식 소시지, 치즈, 수공예품 등을 접할 수 있으며, 독일인들의 일상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관광객이 비교적 적어 조용하고 차분한 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상적인 장소입니다. 또한 슈타데 박물관(Schwedenspeicher Museum)은 과거 이 지역이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던 역사, 해상 무역의 변화, 지역 민속 문화를 자세히 소개하는 공간으로, 항구 도시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체험 전시 코너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추천합니다. 슈타데에는 아름다운 작은 항구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간이 페리를 이용해 엘베강을 따라 짧은 유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항구 도시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으며, 인근에 위치한 해산물 전문 식당에서의 식사도 놓치지 마세요. 특히 북독일식 생선요리인 마티에스(Matjes)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이동 수단으로는 함부르크에서 S3 전철 또는 지역 열차, 또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경우 엘베강을 따라 운항하는 수상버스(Fähre)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으로 적당하며, 역사와 전통, 그리고 한적한 풍경을 모두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곳입니다. 함부르크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그 주변의 근교 도시들은 한층 더 깊고 진솔한 독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뤼벡의 중세 감성, 리네부르크의 소금 산업과 운하 골목, 슈타데의 전통 항구와 여유로움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며 여행에 풍성함을 더해줍니다. 모두 기차로 1시간 이내, 일정 조정만 잘하면 하루 또는 1박 2일 코스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들입니다. 독일 여행에서 단지 유명한 도시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소도시들에서 진정한 유럽의 멋과 감성을 경험해 보세요. 함부르크 근교 여행은 분명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