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The Intern)은 단순한 세대 간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은퇴한 70세의 노신사와 젊은 여성 CEO의 만남은, 조직 안에서의 진정한 리더십과 인간적인 존중, 그리고 세대 통합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본문에서는 영화 속 두 주인공의 관계와 성장, 이들의 소통 방식, 그리고 이 작품이 오늘날 CEO와 팀장들에게 전하는 리더십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속 시니어 인턴의 존재감 – 경험이 주는 신뢰와 안정감
영화의 시작은 ‘빈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은 은퇴 후 매일 정장을 입고 아침을 시작하지만, 어느새 삶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음을 느낍니다. “인생은 계속되고, 나도 계속되고 싶다”는 대사처럼, 그는 다시 사회와 연결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며 인생 2막의 문을 엽니다. 벤이 배정된 곳은 줄스(앤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여성 의류 스타트업. 급성장 중인 회사로,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활력이 넘치지만 동시에 혼란도 많습니다. 벤은 서류 정리, 차량 정리, 동료들과의 잡담 등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차분한 태도로 서서히 조직 안에 신뢰를 쌓아갑니다. 벤은 업무 지시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내고,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행동 하나하나에서 ‘내공’이 묻어납니다. 젊은 세대는 빠르고 즉흥적이지만, 벤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존재 자체’로 안정감을 줍니다. 이는 많은 조직에서 간과되기 쉬운 덕목입니다. 속도 중심,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 속에서 ‘사람다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벤은 보여줍니다. 벤의 리더십은 단호함이나 권위가 아니라, 묵직한 태도와 일관성에서 나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뢰를 쌓고, 책임은 조용히 떠맡으며,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도 중립적이고 성숙하게 대처합니다. 이는 CEO뿐 아니라 팀장급 리더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조직은 말 잘하는 리더보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줄스에게도 특별한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녀의 시간을 지켜주고, 눈치를 보며 다가가지 않으며,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그녀와의 관계를 천천히 쌓아갑니다. 이처럼 벤의 존재는 리더십의 새로운 형태, 즉 ‘가르치지 않지만 배우게 만드는’ 리더의 상을 제시합니다. 모든 구성원이 바쁘고 조급한 조직에서 벤 같은 존재는 공기처럼 편안하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됩니다.
젊은 CEO의 불안함 – 리더는 강해 보여야 한다는 착각
줄스는 젊고 유능한 CEO입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해 빠르게 회사를 키우고, 엄청난 업무량 속에서도 직접 고객 응대까지 하는 그녀는 전형적인 슈퍼우먼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그녀의 완벽함 뒤에 있는 극심한 불안과 외로움을 보여줍니다. 줄스는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 합니다. 회의도 주도하고, 고객 대응도 본인이 직접 처리하며, 사소한 문제도 놓치지 않으려 애씁니다. 그녀의 모습은 많은 CEO와 팀장들에게 익숙할 것입니다. 능력을 의심받고 싶지 않기에, 리더로서 실수를 보이면 안 된다는 압박. 그것이 오히려 리더를 고립시키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이 영화는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영화 중반부, 회사의 성장과 함께 투자자들은 ‘경험 있는 CEO’를 새로 앉히자고 제안합니다. 줄스는 흔들립니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그녀는 감정적으로도 지쳐갑니다. 그 순간, 벤은 조용히 그녀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이 짧은 말은 수많은 리더들이 듣고 싶어 하는 위로이자, 동시에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벤은 줄스에게 업무적 조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조언을 해줍니다. “더 이상 완벽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리더는 강한 척만 한다고 리더가 되는 게 아니다”라고요. 이 말은 줄스뿐 아니라,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에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강해 보이려다 팀과 단절되고, 완벽하려다 지쳐버리는 리더들에게 벤은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손을 내밉니다. 또한 줄스는 가정에서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은 깨졌고,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집니다. 그는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가정과 커리어 모두를 지키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이 장면들은 여성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남성 리더들도 이중의 부담 속에서 비슷한 고통을 겪습니다. 영화는 그런 현실을 드러내면서도, 결코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대신 ‘균형’의 어려움을 조용히 공감하게 만듭니다. 줄스는 결국 선택합니다. 회사를 계속 이끌겠다고. 하지만 그 결심은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인정한 상태에서의 선택입니다. 벤의 존재는 그녀가 리더로서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었고, 관객은 그 변화를 통해 좋은 리더십이란, 결국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존중이 만드는 조직문화 – 실력보다 중요한 가치
인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경청’입니다. 벤은 항상 다른 이들의 말을 끝까지 듣습니다. 젊은 동료가 연애 문제로 고민할 때도, 실수를 한 동료가 자책할 때도 그는 훈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먼저 들어주고, 필요할 때 짧은 조언을 던질 뿐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미덕을 넘어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많은 팀장과 리더들이 ‘피드백’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턴은 그보다 먼저 ‘존중’과 ‘경청’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벤은 팀원들에게 위계 없이 말을 건네고, 커피를 타는 일에도 진심을 담습니다. 업무 효율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그의 태도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까지 바꿔놓습니다. 처음엔 그를 '구식'이라며 무시하던 동료들도, 그의 배려와 침착함에 자연스레 신뢰를 갖게 됩니다. 줄스 또한 변화합니다. 초반엔 벤을 경계하며, 시간을 들이지 않으려 하지만, 그의 꾸준함과 인간적인 배려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벤이 줄스의 상사도 멘토도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냈고, 그 안에서 사람을 향한 진심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권위 없는 존중, 강요 없는 배려. 이 두 가지가 얼마나 강력한 조직문화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영화는 잘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나이’라는 요소에 대한 편견을 뒤집습니다. 벤은 기술적으로는 젊은 세대보다 뒤처집니다. 그러나 그는 시간 약속, 옷차림, 예의, 말투, 사소한 디테일에서 프로페셔널함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히 ‘경험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리더에게 요구되는 본질적인 태도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회사를 잘 이끄는 것, 팀을 잘 이끄는 것은 단순히 실적이나 전략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영화 인턴은 그 점을 말보다 훨씬 강한 '장면'으로 설명합니다. 벤이 줄스의 곁에 조용히 서 있는 장면 하나로, 영화는 ‘좋은 리더십은 결국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영화 인턴은 리더십에 대한 교과서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설득력 있는 삶의 예시를 보여줍니다. 벤은 말이 많지 않습니다. 조언을 강요하지도 않고, 문제를 앞서서 해결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태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변하지 않는 진심은 주변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줄스는 벤을 통해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도움받는 것도 리더십의 일부’ 임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그녀의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팀원들은 줄스가 사람이자 리더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더욱 신뢰하게 되고,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거리도 자연스레 좁혀집니다. 오늘날의 리더들은 빠르게 결정하고, 명확하게 지시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인턴은 말합니다. “진짜 리더는 함께 있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혼자 고립되지 않고,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더 강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CEO, 팀장, 관리자… 어떤 위치에 있든 이 영화를 본다면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당신만의 답이 조금은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그 답은, 어쩌면 이미 곁에 있었던 조용한 사람 속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